책소개
지식을만드는지식 ‘한국동화문학선집’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00명의 동화작가와 시공을 초월해 명작으로 살아남을 그들의 대표작 선집이다. 지식을만드는지식과 한국아동문학연구센터 공동 기획으로 7인의 기획위원이 작가를 선정했다. 작가가 직접 자신의 대표작을 고르고 자기소개를 썼다. 평론가의 수준 높은 작품 해설이 수록됐다. 깊은 시선으로 그려진 작가 초상화가 곁들여졌다. 삽화를 없애고 텍스트만 제시, 전 연령층이 즐기는 동심의 문학이라는 동화의 본질을 추구했다. 작고 작가의 선집은 편저자가 작품을 선정하고 작가 소개와 해설을 집필했으며, 초판본의 표기를 살렸다.
40년이 넘는 창작 활동 속에서 강정규의 작품은 아동의 일상 현실, 종교 문제, 인간성 회복, 전통 담론 등을 다루면서 크게 ‘기독 의식, 아버지 의식, 자연 의식, 이야기성의 회복’(정선혜)이 주요한 키워드에 해당한다고 평가받았다. 그것은 그의 삶의 이력과 작품의 관계를 관통하는 핵심적 정리라고 파악된다. 이 작품집에 실린 작가의 작품 역시 그러한 키워드를 변주하면서 관통하고 있다. 즉 분단 소재, 이야기성의 회복, 아동의 일상 현실 인식 등을 통해 따뜻한 휴머니즘의 세계를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강정규의 등단작인 <돌>은 황순원의 <소나기>를 연상케 하며 그의 작품 세계의 방향을 가늠케 해 준다는 점에서 하나의 이정표에 해당한다. 기독교적 휴머니즘의 작가인 강정규는 이 작품집에서는 ‘기독교적 색채’를 많이 덜어내고 있다. 그것은 그가 기존의 종교적 평가로부터 문학적 거리를 유지하기 위한 판단으로 보인다. 동화 문학은 어린이들을 향한 계몽적 성격을 띠는 경우가 많다. ‘미성숙한 존재로부터의 탈피’(칸트)를 위해 미성년자들은 성인들에 의해 훈육되어야 하는 계몽의 대상으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정규는 그러한 계몽적 의도를 작품의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계몽이 전면에 나설 때 그것은 ‘주어진 문제의 손쉬운 해결’이라는 교조적이고 도식적인 결말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작가는 알레고리적 성격의 우화를 통해 작품의 서사성을 강조한다. 우화는 어린이들이 옛날이야기를 전해 들음으로써 삶의 교훈을 내면화하는 데에 도움을 주면서 전통적인 의미의 정서 환기적 기능을 담당한다. 그리하여 작가는 전래성을 강조하기 위해 우화적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작품에 도입한다. 아동의 일상 현실을 다룬 현실적 주제의 작품들은 아동과 어른, 아동과 동물, 아동과 아동 등의 관계가 서사의 중심축을 형성한다. 그리하여 어린이들의 시선과 어른들의 감각적 차이가 빚어내는 긴장 관계가 동화의 서사적 갈등 역할을 하면서 종래에는 따듯한 휴머니즘으로 마무리되는 해결을 그리게 된다. 그리하여 아동의 일상 현실을 다룬 작품들은 우정, 사랑, 깨달음, 계몽, 애완동물 기르기 등의 소재와 제재를 넘어 우리 시대의 축도를 형성하게 된다.
200자평
강정규는 대학 졸업 후 야학 운동을 했고 소설로 문학을 시작해 동화에 이른 작가다. 그의 동화는 아동의 일상 현실, 종교 문제, 인간성 회복, 전통 담론 등을 다루며 분단 소재, 이야기성의 회복, 아동의 일상 현실 인식 등을 통해 따뜻한 휴머니즘의 세계를 추구했다. 이 책에는 <돌>을 포함한 13편의 단편이 수록되었다.
지은이
강정규는 1941년 북만주에서 태어나 1945년 8·15 해방 뒤에 충청도로 이사해 성장한다. 서라벌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뒤 ‘오뚜기 야학’을 10년 이상 지속했다.
1973년에는 ‘크리스천 신문사’에 취직해 이후 기자와 교수 생활을 이어 오며 1997년 아동문학 계간지인 ≪시와 동화≫를 창간해 발행하는 등 현재까지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현역 작가다. 1969년 ≪신동아≫ 논픽션 공모에 <방화>가 당선되었으며, 1973년 첫 창작집인 ≪아가의 꿈≫을 출간했고, 1974년 ≪소년≫에 이원수의 추천으로 소년소설 <돌>을 발표했으며, 1975년 ≪현대문학≫ 4월, 12월호에 각각 <선>과 <운암도>가 안수길에 의해 추천되면서 본격적인 글쓰기를 시작했다.
≪짱구네 집≫(1977), ≪왕눈이와 달랭이≫(1979), 장편동화 ≪별이 따라다니는 아이≫(1981), ≪병아리의 꿈≫(1982), ≪만두집 아들≫(1984), ≪짱구의 일기≫(1985), ≪꾸러기의 달≫(1989), ≪돌이 아버지≫(1990), ≪별이 된 다람쥐≫(1992), ≪이야기가 된 꽃씨≫(1993), 장편동화집 ≪큰 소나무 1·2≫(1994), 소년소설 ≪작은 학교 큰 선생님≫(1997), ≪청거북 두 마리≫(1998), 소년소설 ≪다섯 시 반에 멈춘 시계≫(2001), ≪작은 도둑≫(2003), ≪못난 바가지들의 하늘≫(2004), ≪이제 조금씩 보여요≫(2004), ≪토끼의 눈≫(2004), ≪제망매가≫(2006), ≪새가 날아든다≫(2008) ≪돌아온 다람쥐≫(2012) 등 동화와 소년소설 창작에 매진했다. 1983년에는 동화 <민들레>(≪병아리의 꿈≫ 수록)로 제9회 한국아동문학상, 1988년 소설 <운암도>로 기독교문학상, 1991년 ≪돌이 아버지≫로 제13회 대한민국문학상, 1996년 <촛불>로 박홍근문학상, 1997년 ≪작은 학교 큰 선생님≫으로 제8회 방정환문학상, 1998년 ≪청거북 두 마리≫로 제20회 한국어린이도서상 저작부문상, 1999년 출판문화대상, 2004년 <흰 무리>(≪토끼의 눈≫ 수록)로 세종아동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해설자
오태호는 197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1998년 <황석영의 ≪장길산≫ 연구>로 석사 학위 논문을 썼다. 박사과정을 수료한 2000년부터는 대학에서 문학과 글쓰기를 비롯한 교양과목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2001년에는 조선일보 신춘문예 문학평론에 당선되었다. 2004년에는 <황석영 소설의 근대성과 탈근대성 연구>로 박사 학위 논문을 제출했고, 2005년에는 소설 평론들을 모아 ≪오래된 서사≫를, 2008년에는 시 평론들을 모아 ≪여백의 시학≫을, 2012년에는 소설 평론집 ≪환상통을 앓다≫를 출간하는 등 세 권의 평론집을 상재했다. 2012년 ‘젊은평론가상’을 수상했다. 2013년 현재 글쓰기 등을 강의하며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에 객원교수로 재직 중이다.
차례
작가의 말
돌
별이 된 다람쥐
새끼손가락
삐약이
구장집 머슴
돌이 아버지
이야기가 된 꽃씨
약손
꾸러기의 그림일기
엿
마음으로 여는 길
큰 차
행복한 별나라
해설
강정규는
오태호는
책속으로
1.
달빛 잠긴 외나무
다리 아래로,
흐르는 맑은 강물
비친 별나라.
그날 밤 별이 한 개
늘었습니다.
반짝반짝 빛나던
별무리 속에,
아주 예쁜 별과 별
두 별 사이에,
커다란 별이 한 개
생겼습니다.
평화롭던 밤나무골
깊은 산속에,
다람쥐네 한 가족이
살았었는데,
살았었는데…
-<별이 된 다람쥐> 중에서
2.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두메산골에선 가을 추수 때야말로 즐거운 계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느 한 집에서 타작을 하게 되면 마을 안 모든 사람들이 몰려가 일손을 돕고, 와릉와릉,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탈곡기 소리와 흥겨운 노랫소리로 동네가 온통 명절날 같았습니다. 생선 토막을 넣고 빨갛게 조린 무 지짐이와 막걸리, 쌀뜨물에 새우젓국을 넣고 끓인 햇뭇국, 날배추 찢어 무친 매콤한 얼짠지와 밤콩을 드문드문 넣은 쌀밥은 먹어도 먹어도 입안에서 살살 녹고, 먹어도 먹어도 배가 금세 꺼졌습니다.
-<약손> 중에서